우크라이나 없는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2022년 2월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째를 맞이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종전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성사시켰고, 첫 협상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진행되었다. 그러나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는 이 협상에서 배제되었다. 미국 주도로 시작된 이 협상은 러시아와의 직접적인 대화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 측에서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가, 러시아 측에서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유리 우샤코프 외교 담당 보좌관이 협상에 참여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 또한 빠른 시일 내에 개최될 예정이며, 부활절(4월 20일)까지 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실무 협상 결과를 바탕으로 두 정상 간의 '빅딜'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과 러시아의 협상 결과가 나오더라도 우크라이나의 동의 여부가 중요한 변수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도 협상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협상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온 유럽 국가들 역시 협상에서 배제된 것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제안으로 유럽 정상들은 긴급 회동을 갖고 미·러 협상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독일과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의사를 무시한 종전 협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래'를 중시하는 정치 성향으로 인해 미국과 유럽의 동맹 관계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평화협정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희토류 자원 지분을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국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중동 국가들을 순방하며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은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국제 정세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이며, '트럼프 효과'로 인해 가치 동맹보다 자국 이익을 추구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